3 / 18 (목) 흔들림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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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언덕 위
홀로 서 있는 나무를 보며
흔들리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으려
무던히 버티는 중인 줄만 알았다
바람 세차게 부는 날
언덕 위 홀로 서 있는 나무에
기대어보니 알겠다
되려 온 몸에 힘을 쭉 빼고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잠긴 마음의 빗장을 열고
영혼의 숨결에 귀를 대보니 알겠다
나무의 몸에서 바람이 울고 있다는 것을
바람은 목소리가 없어
나무가 대신 소리 내어 울고 있다는 것을
홀로 서서 다 같이 사는 세상
삶의 어느 언덕에서 나 그 무엇을 위해
몸의 한 편 내어준 적이 있었던가
그 누군가에게 도움짓 한 적이 있었던가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진정 그게 그런 것이라면
바람 가득 가슴을 풀어 흔들리고
너와 나의 아픔에
정직하게 고개 숙이고 싶다
인애란 시인의 <흔들림에 대하여>
쓰러지지 않으려다 부서지는 것보다
휘청거리는 흔들림을 택하겠습니다.
버티는 건 쉽지 않겠지만,
뿌리는 더 튼튼히 자리 잡겠지요.
그래도 흔들린다면
그 땐 누구에게든 손을 내밀겠습니다.
함께라면 조금은 덜 아플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