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광목 앞치마 차림의 어머니는
젖은 손을 뒤로 감춘 채
아버지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단발머리 까까머리 형제들은
앞에 세운 막내를 호위하듯 둘러서있다
솟대처럼 키가 크신 아버지
먼 산 보시며 애써 웃지만
눈가의 그늘이 짙다
에이 아버지 때문에 사진 망쳤어
앞니 빠진 자리까지 환한
햇살 표정의 막내
어느새 아버지 나이가 되어
입바른 딸 키워 보니 알겠다
웃는다는 것이
잠시 활짝 웃는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가족사진 속
아버지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니 알겠다
장흥진 시인의 <가족사진>
아버지의 쓴 웃음을 기억합니다.
사실 잘 웃지도 않으셨지요.
다른 아버지들은 늘 인자한 미소를 짓는데
우리 아버지는 왜 그러나 싶어 외면했었죠.
활짝 웃는 법을 잊은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그 쓴 웃음이 아버지에겐 최선이었다는 걸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