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3 (화) 어부바
저녁스케치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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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이 있어
이만치 널 힘들게 하는지
연거푸 비워대는
술잔이 아니더라도
네겐 너무 어색한
침묵만으로
네 슬픔의 질량을
읽어낼 수 있었지.
너를 지켜보는
안쓰런 맘 어쩌지 못해
비틀린 세상에선
하루쯤의 비틀거리는 인생도
어울릴 거라
맘에도 없이 위로했지만
좁은 어깨 달싹이며
슬픔을 게워내는
너의 착한 눈물은
어느새 내 마음 구석에까지
너보다 많은 슬픔
전염시키고 있었지.
눈물에 묻혀버린
가엾은 너,
하지만 너를 업고
네 집 앞 골목길을 서성거릴 때
그렇게 눈물로써 다짐했었네.
네 몫의 절망은 언제나
내 것이라고...
언제라도 세상 무엇이
너를 지치게 할 땐
나에게 오렴.
네 눈물의 이유만큼
손수건 마련해 두고
너의 꿈이 자라난
그때 그 자리로
오늘처럼
너를 업고 달려갈 테니.
백승우 시인의 <어부바>
엄마의 등과 심장이 맞닿아 자란 우리는
어부바란 말만 들어도 가슴의 응어리가 풀어지곤 하죠.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
흐르는 눈물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날이면
등으로 전해져오던 그 온기가 그리워져
자꾸만 누군가의 등에 기대고 싶어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