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3 (화) 나의 작은 것들아
저녁스케치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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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것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산길에는 청설모만 날뛰는데
나의 작은 다람쥐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들꽃에는 말벌들만 설치는데
나의 작은 꿀벌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개울 속의 피라미들아 새뱅이들아
흰 나비들아 도롱뇽들아
흙마당의 병아리들아
풀밭의 아기염소들아
골목길에 뛰놀던 아이들아
밤하늘에 글썽이던 잔별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하루 일을 마치고 노을 속에 돌아와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조곤거리던
나의 작은 웃음꽃들아
저물녘 산그림자처럼 여유롭게 걷던
나의 작은 걸음들아

밤이면 시를 읽고 편지를 쓰고
창 너머 기타 소리 낙엽 지는 소리에도
나도 모르게 가슴 애려 눈물짓던
나의 작은 떨림들아

알알이 여물어 가던 들녘의
내 작은 노동과 평화는
생기 차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작지만 기품있는 내 나라는
다 어디로 갔느냐

내 눈물 어린 작고 소박한 꿈들아
나의 사랑하는 작은 것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박노해 시인의 <나의 작은 것들아>


꿀벌을 본 게 언제인지...
다람쥐를 만난 지도 오래입니다.
밤하늘의 작은 별들도 보기 힘들어졌네요.
작고 연약한 것들 그리워지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