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은 시름시름 앓다가도
동이 트면 훌훌 털어버린다.
후회란 원래 그런 졸속이다.
괜히 피었다 싶다가도
피기 전으로 돌아가려 하다가도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 싶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팔꽃은
뻥 뚫린 목구멍으로
자기 몫인 햇살을 받아 삼킨다.
이윤학 시인의 <나팔꽃>
당시에는
그런 말과 행동을 했던 내가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하겠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라고 매듭을 지으면
머릿속에서 톡 하고 떨어져나가는 게 생각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희미해져
‘그럴 때도 있었지’ 하는 날이 오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