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1 (금) 마스크와 보낸 한철
저녁스케치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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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그깟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 앞에 줄을 설 줄이야
그래도 고맙다 신통한 부적처럼
우환을 막아 줘서 고맙고
속이 다 내비치는 안면을 가려 줘서 고맙고
세수를 안 해도 사람들이 모르니까 더 고맙다

병자호란 임진왜란
육이오 동란까지 겪고 또 겪고
살다 살다 마스크 대란이 올 줄이야
저들은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벌레군단
국경도 인종도 가리지 않는 인류 침공에
어벤저스 슈퍼 히어로들도 속수무책인데
귓바퀴가 없으면 걸 데도 없는
저 손바닥만 한 천 조각들이 지구를 구할 줄이야

모든 화는 입으로 들어온다기에
쓸데없는 말 안 하고
나를 아끼고 남을 존중하며
마스크와 한철 보내고 나니까
아무래도 내가 좀 커진 것 같다
나라도 이전의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이상국 시인의 <마스크와 보낸 한철>


마스크와 함께 한지 벌써 9개월,
일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또 바뀔 예정에 있습니다.
불편하고 번거로운 방역수칙이지만
모두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흔쾌히 응합니다.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다닐 그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