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 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다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 나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한 장의 음악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들이 다 음악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귀가 되어 고독처럼 알뜰한 음악을 연주합니다
누가 저녁을 발명했습니까 누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사다리 삼아서 저 밤하늘에 있는 초저녁 별들을 발명했습니까
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닿을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저녁입니다
음악이 있어 그대는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박정대 시인의 <그대의 발명>
가을에는 걸음이 경쾌해집니다.
몇 걸음 가다보면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오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기분 좋게 서늘한 저녁 공기,
귀뚜라미 울음소리까지
가을은 보고 듣는 것이 다 음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