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23 (수) 슬픔인증제도
저녁스케치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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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어 고맙다
낮에서 밤으로 선뜻 건너가지 않고
세상 온갖 풍경들
사위는 모습
고즈넉이 바라볼 수 있는
어스름 저녁이 있어 고맙다

초록에서 단풍으로
느릿느릿 물감 칠해가는 나무
계절의 슬픔 인증샷 하듯
가을 이파리에 구멍을 뚫는다
사람의 노년도 그렇지
주름살과 흰머리
잔잔하게 그늘 불러내는
그윽한 시간이 있어 고맙다

벌레들 울음조차
그만한 슬픔으로 더 환해져
고마운 때가 있다

이영식 시인의 <슬픔인증제도>


바쁘게 사는 와중에
저녁이란 시간이 있어서
하루를 돌아보게 됩니다.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세월을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나서 가늠해보게 됩니다.
하루의 저녁, 인생의 늙음이 있어
앞으로만 가던 시간을 되짚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