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한 마을
빨간 승용차 문에 누가 자꾸 돈을 끼워두고 사라진다.
며칠 전에 만원, 그 전엔 오만 원,
오늘은 족발 담은 비닐봉지까지
꼬깃꼬깃 접은 마음 어찌하나 어찌하나.
돌려줄 길 없어 지구대 찾았더니
폐쇄회로 속 할머니
홀로 육남매 키운 치매 초기
아들 차와 같은 색 차만 보면
운전석 손잡이에 돈을 기워 넣는다.
공부 못 시킨 것이 너무 미안해서
용돈하고 먹을 것 좀 놔두고 왔지……
그러면서 돌려받은 21만원
또 치마 속에 꼬깃꼬깃 접어 넣는다.
고두현 시인의 <빨간색 차만 보면>
기억을 잃어가는 중에도
어머니는 오로지 자식걱정 뿐이시네요.
형제자매 잘 키워놓으시고도
뭐가 미안하고 죄스러우신지...
아픈 어머니를 보는 자식의 마음도
따라서 무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