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나 그 흔한 저축성 보험 하나 없는 나를 두고 친구들은 노후 걱정을 해준다 노후 준비를 미리 해두는 센스있는 그이들 앞에서 나는 대책 없이 막 사는 인간이 된다 짱짱한 노후 대책을 가진 자들은 대체로 느긋하고 의젓하다 나는 그이들 앞에서 좌불안석, 미간에 주름이 지고 옹졸해진다 그이들은 먹는 것도 우아하게 쩝쩝거린다. 나는 먹는 것도 짭짭거려진다 나는 아무래도 대책 없이 늙어갈 것 같다 한편 이 대책 없음도 나쁘지 않겠단 불온한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늙어 문단의 저잣거리에서 걸뱅이 짓을 하거나 퇴물 기생처럼 두 딸에게 얹혀살다가 마지막엔 그마저도 내쳐져 어느 비루한 날, 남의 처마 밑에서 듣는 비나 우산 끝처럼 떨구다 죽어도 좋겠단 사나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뭐가 될지 모르는 막연한 늙음을 으쓱거리며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졸업 여행을 앞둔 청춘의 아이들처럼
문성해 시인의 <사나운 노후>
노후설계 잘 해놓은 친구들이 부럽기는 해도
질투하며 속 좁게 굴필요는 없어요.
노후 준비를 안 해놨다고
인생을 아무렇게나 산 것은 아니니까요.
모두의 삶이 같은 모습을 할 필요는 없죠.
나는 나대로의 노년을 즐기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