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1 (금) 흐린 날 오후
저녁스케치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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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그
쓸쓸함으로 덮을 수 없어
말도 되지 않는 사랑이야기
끝까지 읽는다
뭐 그리 대단한
무엇이 있을 거라고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말
끝까지 읽는다
날 흐리고
시간은 조금도 흐르지 않아
나를 가로막는
그 막막함을 참아 받으며
빛이라고 믿을만한 곳을 향해서
빛이 되기를 바라면서
아무 곳에나 이렇게
희망을 걸어보아도
되는 것일까
박순옥 시인의 <흐린 날 오후>
가만히 있으면 견딜 수가 없어
뭐든 해야만 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땐 쓰지 않던 그릇들을 꺼내 닦고,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고,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펼쳐도 보고,
무작정 나가 걸어도 봅니다.
물론 그런다고 나아지지 않는단 걸 잘 압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는 내게 위안이 될 거라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