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4 (월) 들여다보다
저녁스케치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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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액자 속 꽃 그림
말구유에 담긴 물 위로 찰랑 떠 있는 연꽃송이들,
꽃잎이 밀어 올린 화사한 오후를
그림 속 푸른 하늘이 가만 들여다본다
물 위에 뜬 시간이 유리를 빠져나오고
액자는 유리의 눈으로 전시장 안쪽을 들여다보고
물과 꽃과 시간을 말끔히 비운 구유는
성탄의 마구간을 들여다본다
아기 예수가 말구유 속에서 들여다보는 세상의 안쪽,
구원이 자리를 비운 성탄,
구유 속에 들어가 앉은 길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던 눈길이 성탄의 안쪽을 들여다본다
눈길 안쪽 깊숙이
들여다보는 곳은 왜 언제나 촉촉할까
시골 마을 한 집 건너 독거노인을 오가며
남몰래 끼니를 들여다보는 은미네 아줌마,
일용직 근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개밥바라기별이 그 따뜻한 동선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홍계숙 시인의 <들여다보다>
가만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저마다의 상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알 듯 모를 듯 부담스럽지 않은 배려.
한해를 돌아보며,
내 마음보다는 나보다 더 애쓰며 산
누군가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