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5 (토) 있는 그대로, 라는 말
저녁스케치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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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뭐냐면 있는 그대로더라
나이테를 보면서 연못의 파문을, 지문을
턴테이블을, 높은음자리표와 자전거 바퀴를
연상하는 것도 좋으나
그도 결국은
나이테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만은 못하더라
누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지만
평화 없이는 비둘기를 보지 못한다면
그보다 슬픈 일도 없지
나무와 풀과 새의 있는 그대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어졌나
세상에서 제일 아픈 게 뭐냐면,
너의 눈망울을 있는 그대로 더는
바라볼 수 없게 된 것이더라
나의 공부는 모두 외면을 위한 것이었는지
있는 그대로, 참으로
아득하기만 한 말

손택수 시인의 <있는 그대로, 라는 말>


무심코 한 행동이
사람들의 눈을 거치면
빨간색이 되고, 파란색이 되고
선의가 되고, 악의가 되기도 합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왜 우리는 자꾸 누군가를, 무엇을
어느 틀 안에 가두려고 하는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