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8 (화)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이 날뛸 때
저녁스케치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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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방음벽을 설치해 놓았을까 아흔이 되신
노모의 귀는 캄캄절벽이다
그 절벽에 대고
고래고래 고성을 질러봐야
말들은 주르르 미끄러져 내리고 만다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은
노모가 젊을 적 키질할 때
키가 일으키는 바람에 밀려나가던
쭉정이 같다​

하루 해가 다 저물도록
말의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절벽에 갇힌 늙은 고독은 그래도 몸이 있다고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이 다가와
고래고래 날뛸 때
키로 쭉정이를 날리듯 밀어내고

고진하 시인의 <몸을 얻지 못한 말들이 날뛸 때>


공자는 나이 육십에
귀가 순해졌다고 했습니다.
60세가 되니 거슬리는 남의 말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인데요.
귀가 순해졌다는 것은 어쩌면
귀찮은 말들은 잘 안 듣게 됐다는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쭉정이 같은 말은 날리고
알맹이 있는 말만 듣게 되는 때...
그때가 바로 공자의 육십,
우리의 아흔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