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길을 따라가며 길을 지우는 일이다
사람을 지우고 발자국을 지우고
지워진 길에 허방을 내는 일이다
헛걸음으로 허방을 짚으며
이쪽 시간에서 저쪽 시간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쪽 공간에서 저쪽 공간을 건너보는 것이다
산책은 지워진 길 끝에서 마침내 나를 지우는 것이다
장인수 시인의 <산책자의 몽상>
잘 알려진 산책광 중에
악성 베토벤이 있지요.
그는 궂은 날에도 산책을 하고
때로는 낮부터 저녁까지
오직 산책만 하는 날도 있었다는데요.
아마 그에게는 지워야할 생각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을 때는
털레털레 숲속을, 공원을, 강가를 걸어봅니다.
한참을 걷다보면 발걸음도, 마음도, 가벼워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