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5 (화) 바닷가에서 보낸 한 철
저녁스케치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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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외로운 섬
우주는 드넓은 바다
낮과 밤으로
밀물 썰물이 오가는 섬에서 태어난
우리는 모두 섬사람
지구섬에서 출항한 탐사선들
달섬은 토끼도 없는 무인도였다
불섬에서는 물의 흔적이 발견되긴 했으나
소라게 한 마리를 찾아 헤매는 중이다
태양계라는 이 대양에서
외로운 섬사람들은 우리뿐인가
우리는 아직 이 대양 밖을 나가진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그립다
수평선 너머엔
다도해가 펼쳐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섬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섬들을 보라
가끔 외계의 섬에서 온
배를 봤다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그 배의 갑판에서 오후를 보내진 못했다
내 마음의 만(灣)에
정박해 있던 푸른 배 한 척
멀리 떠나 버린 뒤
바닷가 벤치에 앉아서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곤 한다
소인은 해당화가 되어 주려나
바다로 가지 못한 채
모래 위에 핀,
한 생의 해당화
발을 딛는 곳마다 바닷가
불어오는 우주의 바람이 차겁다

현택훈 시인의 <바닷가에서 보낸 한 철>


바닷가 수평선을 바라보며
저 바다 끝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나 혼자이지만
저 바다 너머에는
함께 할 친구가 있지 않을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그리워한 적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