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 (화) 약손
저녁스케치
2020.09.01
조회 547
약사님, 감기약 맛있게 지어 주세요
처방전 내려놓으며
여학생이 건넨 맑은 소리
데굴데굴 굴러 들어옵니다
귀를 활짝 열더니
눈앞을 환하게 합니다
기계처럼 움직이던 손 움켜쥐고
조제실로 들어가 약을 짓습니다
아침에 쟁여둔 햇살 한 줌
당의정에 코팅하고
숲에서 담아온 공기 한 줌
캡슐에 슬쩍 밀어 넣습니다
포장기 나와 포지에 담긴
약 걸음이 알록달록 경쾌합니다
맛있는 약 나왔어요
여학생이 약봉지 들고
약국을 나간 뒤에도
제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습니다
어향숙 시인의 <약손>
아파서 약국에 온 건데
약 짓는 기분이 유쾌할 리는 없죠.
그래도 기왕 먹을 약,
‘잘 지어서 잘 챙겨먹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아픈 것도 빨리 나을 수 있지 않을지요?
마음에 긍정의 주문을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