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 (화) 약손
저녁스케치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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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님, 감기약 맛있게 지어 주세요 처방전 내려놓으며 여학생이 건넨 맑은 소리 데굴데굴 굴러 들어옵니다 귀를 활짝 열더니 눈앞을 환하게 합니다 기계처럼 움직이던 손 움켜쥐고 조제실로 들어가 약을 짓습니다 아침에 쟁여둔 햇살 한 줌 당의정에 코팅하고 숲에서 담아온 공기 한 줌 캡슐에 슬쩍 밀어 넣습니다 포장기 나와 포지에 담긴 약 걸음이 알록달록 경쾌합니다 맛있는 약 나왔어요 여학생이 약봉지 들고 약국을 나간 뒤에도 제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습니다 어향숙 시인의 <약손> 아파서 약국에 온 건데 약 짓는 기분이 유쾌할 리는 없죠. 그래도 기왕 먹을 약, ‘잘 지어서 잘 챙겨먹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아픈 것도 빨리 나을 수 있지 않을지요? 마음에 긍정의 주문을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