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중턱
반곡동 오르다 보면
뜬금없이 기차역 하나 나섭니다
하루에 두 번
청량리 방면 상행선과 제천방면 하행선이 서지만
타는 사람이 별로 없어 종일 고요한 역입니다
역사 마당에는
뒤통수가 잘 생긴 흰둥이 한 마리
반쯤 눈을 감고 졸다가
앞발로 콧잔등을 부비며 파리를 쫓다가
우편배달부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벌떡 일어나 그냥 한 번 짖어봅니다
역무원은 컴퓨터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마우스 클릭에 여념이 없고
가끔씩 골바람 내려와 한참씩 들여다 보다 갑니다
고요역이 잠이들까
늙은 은사시 나무는
귀가 밝은 척 철로 쪽을 굽어보다가
부-앙
무궁화호가 들어온다고
나뭇잎 몇 장 떨어뜨립니다
박재연 시인의 <반곡역>
반곡역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역입니다.
소담한 역에 드문드문 찾아오던 승객도
요즘은 더욱 뜸해졌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요.
늙은 은사시나무에 가을바람이 드는 모습,
기차가 지나갈 때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이번 가을에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디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지길 오늘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