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나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
날갯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밀물처럼 번지는 이 밤
은하수 물결이 잔잔히 고이는
어둠 아래
둥그런 등 맞대고
나누는 한솥밥이 달디 달다
문성해 시인의 <한솥밥>
버린 게 아니라
나누었다고 생각하니
기분부터 달라지지요.
이제 웬만한 것은
나누었다고 생각하렵니다.
친구에게, 이웃에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주었다가 아니라 나누었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