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4 (화) 옷걸이에 걸린 남자
저녁스케치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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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벗어 건다
빳빳한 아침이
뭉개져 온 저녁
옷걸이의 중심을
겨우 잡고
나를 빠져나온 내가
밥을 먹는다
밥알이 딱딱하여 물을 말아도
이가 시린,
누가 내 식탁에
행주라도 던져 준다면
물고 늘어지며
눕고 싶은 날
아침이 두렵다
달력을 본다
어느새 달력을 빠져나온 휴일이
거실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는 밤
식사를 마친 내가 조용히
옷걸이에 가 걸린다.

신형식 시인의 <옷걸이에 걸린 남자>


돌처럼 딱딱해진 어깨는
몇 번을 주무르고 두드려도 풀리지 않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 나른해졌던 몸은
다음날 출근 생각을 하는 순간 다시 굳어버리죠.
옷걸이에 걸린 옷이 24시간 긴장 중인 나를 보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