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 속,
먼지 내려앉은
낡은 구두 하나 보았습니다
닳아 제 키보다 낮아진
낮아진 만큼 겸손해진
땅과 물의 온기를 제 주인에게 전할 줄도 아는
차마 버리기 아까워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안선을 걸으며
뒹구는 돌
그 중 눈 맞춘 몇 놈
배낭에 넣었습니다
무거워져 오는 어깨
순간,
집안 어는 곳을 뒹굴고 있을
기념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집어왔을
돌덩이들을 생각했습니다
차마 버리지 못한
나의 구두 하나 생각났습니다
배낭 속 돌덩이를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이태관 시인의 <마음을 내려놓다>
바닷가의 돌멩이는
바다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지요.
여행지에서의 기념품은
사진 몇 장으로 충분할 수 있어요.
가슴에 남은 추억만으로도 충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