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캐는 날
하늘 한번 보고
윤슬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에 홀려
서툰 호미가 게으름을 부린다
이 늦은 가을
밭고랑 가장자리 철없는 배나무
가지마다 봄이 한창이다
지금 꽃피면 내년 봄엔 어쩌나
친정아버지 언제 곁으로 오셨는지
“놔둬라 해년마다 잘 따먹었응께
내년 한 해 푹 쉬라고”
김지란 시인의 <해거리>
늘 잘 해왔어도
한 번 못하면
‘왜 못 해’라고 말하는 우리...
‘쉬어가도 괜찮아’ 라고 얘기하는
따뜻함을 배워야할 것 같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