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3 (금) 누락
저녁스케치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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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빠져나왔을까
아침에 방을 쓸다가 빗자루에 걸려
뒹구는 나사 하나

주방에서 발견된 쇠붙이
팥알만큼 작지만
아무래도 위험한 누락

전기밥솥의 수상한 밑창에도
싱크대의 경첩에도
빠진 구멍이 없는데

누가 나를 찾았을까
내가 외출하고 없는 동안
빈 아파트에서 울렸을 전화벨 소리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시간에
나는 빠져나왔을까

시내버스에 앉아서
휴대폰을 귀에 대고 껄껄거리는
낯선 사내의 뒤꼭지를 보다가

문득 퓨즈가 나가버린
내 기억의 나사 하나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리엘리 나의 하느님

강인한 시인의 <누락>


나사가 빠져버리 듯
자리에서 사라져버린 기억들이 있어요.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그때 그 얘기가 왜 나왔지?’
빠져버린 기억의 나사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