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6 (월) 설악행 5
저녁스케치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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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드는 설악을 걷다가
제트기와 잎이 물드는 것 중
어느 쪽이 빠를까? 하였더니
친구는, 무슨 소리냐? 한다.

제트기 나는 것은 보이지만
물드는 속도는 보이질 않으니
눈에 안 보일 정도로 빠른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웃었다.

뜨거운 열기, 굉음도 없이
주저 없이, 떠벌림도 없이
밀약도 없는 천자만홍의 속도는
낮과 밤, 비바람도 가리지 않는다.
암벽이나 바위틈 어디건 불문이다.

제자리에 있어도
천하를 하나로 꿰고 있다.
가슴에 직방으로 와 닿는 속도다.

설태수 시인의 <설악행 5>


왜 매년 가을은
눈 깜짝할 새에 왔다가
앉기 무섭게 가는 것 같은지...
가을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은 마음과 달리
단풍 드는 속도는 제트기처럼 빠르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