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8 (수) 게발선인장
저녁스케치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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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 구석 화분에서
선인장이 겨울을 났다
물 한번 주지 않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어둑한 저녁 무렵 청소를 하는데
평소 나지 않던 냄새가 난다
어깨가 축 처져 있으면서도
줄기 끝에 꽃이 폈다
꽃을 피우려고 줄기의 허리는 잘록해졌고
뿌리는 얼마 남지 않은 흙을 꽉 쥐고 있다
나를 보더니 고개를 들어 웃는다
물 한 바가지 듬뿍 주었다

조용수 시인의 <게발선인장>


추위와 무관심이
몹시도 견디기 힘들겠지만

굳은 의지로 견디다보면
언젠가 멋진 꽃을 피우게 될 거예요.

그렇게 힘들게 피운 꽃에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