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무를 썰다 느닷없이 마주친
무 속 한가운데 갈라터진 마른 동굴
창시 다
쏟아버리고
검은 벽 발라놓고
알싸한 무밭 건너 가물가물 들려오는
“내 속을 뒤집으면 시커멓게 탔을끼라”
울 어매
청 무꽃 같은,
저녁 같은 그 말이
이태순 시인의 <저녁 같은 그 말이>
내 속을 뒤집으면
시커멓게 탔을 거란 엄마 말씀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엄마 속을 태운 사람 중에는
나도 포함돼 있을 테니까요.
한 평생 속 끓이며 살았을 엄마가 이제는 편해졌으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로 엄마 가슴에 생긴 그을음을 닦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