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라 쓰고 잠시 망설였다
하루와 하루 사이를 띄울까 말까
그것으로 눈감고 묵상했다
하루와 하루 사이를 붙여쓰니 많은 것이
감춰져서 좋긴 하다
하루와 하루 사이는 심연이다
넓고 깊고 아득하고 누추해라
바람 불거나 눈 오고 비 온다
누구는 떠나고 누구는 돌아온다
들새는 깃털 남기고 허공으로 날아간다
웃음소리도 실제보다 크게 울린다
하루하루는 붙여쓰기로 한다
그것은 문법이 모르는 어떤 것이다
박세현 시인의 <하루하루>
해가 뜨고 달이 지는 시간 ‘하루’에
또 하루가 더해진 단어 ‘하루하루’.
‘하루하루라’는 낮말에는
이틀보다 더 많은 날들이 숨겨져 있어요.
누군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어,
하루하루 잊어가고 있어’라고 얘기한다면
어떤 날은 아팠고, 잠 못 들만큼 힘들었지만
대체로 괜찮았다는 말이죠.
우리는 길었던 며칠을 에둘러
하루하루라고 말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