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9 (목) 물소리를 쬐다
저녁스케치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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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에 나앉아
물소리에 손을 씻는다

그건
빈손으로 들어선 객지에서
오솔길 하나 내는 시간

오솔길을 걸으며
천근만근 젖은 무게를 말리는 시간

잔걱정 많은 손금을 펴
바람 한번 쐬어 주는 시간

벼랑 끝에 선 길을 돌려세워
담배 한 개비 물려 주는

물소리에 손을 씻고 있노라면
가난처럼 간단하고
단촐해지는

아무렴,
내가 다 잘할 수도
내가 다 옳을 필요도 없는 거, 맞지?

벼랑 끝을 돌려
물소리 밖으로 돌아온 후에도 오래
잠잠히 타오르는 물소리

윤이산 시인의 <물소리를 쬐다>


모든 일을 다 잘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요.
저마다 잘하는 거 못하는 게 따로 있으니
서로 도우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너무 어깨 축 늘어져 있지 말아요.
오늘 있었던 안 좋은 마음들은
모두 물 한 바가지에 씻어버리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