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한 시절 피다 간 것을 사랑이었다고 말한다면
사랑은, 제 계절을 위해
하나의 꽃에 한 시절 열렬했다는 거겠지요
그러나 사랑은 이별을 기다려 본 적 없고
이별은 사랑을 기약할 줄 모르니
우리는 각자의 색으로 피어 들녘을 견딜 뿐입니다
무시로 피었다 저무는 사람이
향기로 젖는 몇 날,
꽃은 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햇볕에 씻느라 색을 풀어놓았습니다
살면서 몇 번의 계절이 꽃을 앓을까 싶어
조심조심 밤을 걷습니다
시간이 깃들어
기꺼이 생기를 기록하는 시듦, 그 사이
누군가 한낮이 되었습니다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한 시절 피다 간 것을 사랑이었다고 말한다면
꽃은, 열렬히
한 시절 햇볕을 내게 준 것입니다
윤성택 시인의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내 곁에 머물던 시절이 있었죠.
봄이 얼마나 달콤한 계절인지,
여름햇살이 얼마나 눈부신지,
가을이 얼마나 쓸쓸한지를 알려주고 간 사람...
우리에게 한 시절 꽃으로 남아있는 옛 사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