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집에서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시루 바닥에 검은 재를 깔고
아침저녁으로 따박따박 물도 주고
그러나 우리 집 콩나물은 항상
대가리가 퍼랬다
나는 늘 시루 안이 궁금했고, 수시로 검은 보자기를 들추고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대가리가 퍼래진 콩나물은 모두 버려야 한다
비려서 못 먹는다
지금은 조용히 기다려야 할 때,
시루 안이 아무리 궁금해도
노오란 콩나물 대가리처럼
공손히 두 손 모으고,
조용히 어둠을 견뎌야 할 때
양승림 시인의 <지금은 조용히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때가 있어요.
조급한 마음에 뚜껑을 열어보았다간
지루한 기다림만 더 길어질 뿐이죠.
때가 될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형벌 같은 기다림도 언젠가는 축복으로 바뀔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