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화분에
하얀 날개 같은 꽃이 피었다
볼품없는 잎을 달고 제구실도 못하던 싸구려 그 화분엔
물도 잘 주지 않았다
예쁜 꽃을 피우는 화분들에게 정성 들여 물을 주다가
남은 물 선심 쓰듯 조금 끼얹어 줄 뿐이었다
그런데 그 화분 잎 끝마다 뽀오얀 속살을 내밀더니
천사 날개 같은 꽃을 피웠다
그러다가 스치는 무엇
무심해져야
꽃도 꽃잎 무심하게 지우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꽃 하나 피웠다고
호들갑 떨지 말아야겠다
이순희 시인의 <스스로 그러하게>
기대도 안 했던 화분에
꽃이 피면
자꾸만 눈길이 가죠.
하지만 얼마 후면 질 꽃이기에
무심해지자고 마음을 먹습니다.
실은 세상에 모든 인연이 그렇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환히 피어났다가
때가 되면 져버리는 게 인연...
언젠가 누군가와 이별해야할 날이 온다면
조금 덜 아프게 헤어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