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5 (수) 감정 노동자
저녁스케치
2020.07.15
조회 527
언제든지 전화하셔도 됩니다 나는 전화기를 떠날 수 없으니까요 당신의 목소리는 뾰족했고 나는 그 날에 수없이 찔렸지만 이젠 아픔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통점이 살아나면 이를 악물며 웃겠습니다 나는 날마다 친절을 쓸고 닦습니다 목소리가 높아지면 친절은 먼지 하나까지 평가되니까요 나는 친절을 자동으로 만들어 내고 당신은 즉석에서 입맛대로 소비합니다 나는 칸막이 안의 배우 연기는 오로지 칸 안에서 이뤄집니다 때로는 무언극 배우보다 외롭지만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 연기를 즐기니까요 나는 연기 연습이 신이 납니다 나는 꿋꿋한 감정 노동자 친절이 소모품같이 바닥나도 괜찮습니다 나는 끝없이 봉사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감정들은 알지 못합니다 화를 낼 줄도 모르니 내일은 색다른 친절을 기대해 주세요

김완수 시인의 <감정 노동자>


궁금한 점을 알려주고
불편한 것을 해결해주는 고마운 사람인데
단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죠.

받은 친절을 얼마 정도만 돌려주면 될 텐데...

수화기 너머 내 가족이 있다고 생각해도 그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