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살다보면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덩치보다 작은 구멍을 헤집고
세상에 나온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늘에서 살다보면
구멍에도 빛이 있음을
세상이 온통 구멍인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이 많은 구멍을
다 세우지도 못하는 사랑이
우리 사이의 그늘을 연결 시키고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할 때에야
돌아갈 구멍이 하나 비로소 보이고
깨달을 것이다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구멍마다 빛 한줄기씩 품고 있음을
이규열 시인의 <구멍, 그늘>
구멍하니까
영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 벽의 구멍에
장만옥을 향한 마음을 묻어두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그늘뿐인 줄 알았던 곳에도
빛이 들어올 구멍은 존재합니다.
구멍을 비집고 나가보면 알게 되겠죠.
그늘뿐인 줄 알았던 동굴에
이렇게 많은 구멍이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문의 존재를
어둠만 보느라 몰랐다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