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6 (목) 구멍, 그늘
저녁스케치
2020.07.16
조회 493
그늘에서 살다보면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덩치보다 작은 구멍을 헤집고
세상에 나온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늘에서 살다보면
구멍에도 빛이 있음을
세상이 온통 구멍인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이 많은 구멍을
다 세우지도 못하는 사랑이
우리 사이의 그늘을 연결 시키고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할 때에야
돌아갈 구멍이 하나 비로소 보이고
깨달을 것이다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구멍마다 빛 한줄기씩 품고 있음을

이규열 시인의 <구멍, 그늘>


구멍하니까
영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 벽의 구멍에
장만옥을 향한 마음을 묻어두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그늘뿐인 줄 알았던 곳에도
빛이 들어올 구멍은 존재합니다.

구멍을 비집고 나가보면 알게 되겠죠.

그늘뿐인 줄 알았던 동굴에
이렇게 많은 구멍이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문의 존재를
어둠만 보느라 몰랐다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