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시든 해바라기 꽃잎처럼 노래지는 오후
스포츠 색에 스마트폰을 넣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산책을 나간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듣는다
과거에 뽕짝이라고 경멸했던 노래
어느새 옛 가수의 비음(鼻音)과 선술집 작부의 젓가락 장단 같은 트로트가 달콤한 나이가 되었다
클래식기타를 치는 고3 수학교사 딸에게 “이 가수의 슬픈 음색이 기가 막히지 않냐?”고 동의를 구했더니
“에이, 저런 곡을 어떻게 들어요, 아빠 귀가 늙으셨어요.”하며 타박을 주었던 노래
클래식은 수학적 추상의 대위(代位)와 화성(和聲)때문에 훈련받은 감성만 접근이 가능하다
한 때는 마이너레이블의 음반 재고를 찾아 인터넷을 방황한 컬렉터였지만
음반 속의 스타인웨이와 훔멜과 삼익의 피아노 음색을 구별할 수 있었을 때 음악을 놓아버렸지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부(富)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노년의 파산자처럼
과거에 시골버스 운전사가 틀어놓은 <가요반세기>에서 목적지까지 간신히 참고 들었던 노래
내가 딸아이만한 나이였다면
똑같이 말했을 노래
김백겸 시인의 <목포의 눈물>
어릴 적 할아버지가 흥얼거리던
느릿한 트로트가 귀에 들어옵니다.
나도 모르게 쿵짝쿵짝 발장단을 맞추기도 하죠.
요즘이야 워낙 트로트가 유행이 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트로트를 즐기는 시대가 됐지만요.
구슬픈 가락에 눈물이 글썽해질 때면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