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2 (수) 그렇게 꽃은 피었다 지네
저녁스케치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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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엎드리네
접시는 접시끼리 대접은 대접끼리 종지는 종지끼리
담았던 것을 비우고 같은 방향으로 순하게 눕네
서로의 물기가 말라갈 때까지
비눗방울 같은 진공이 잠시 머물다가네

어떤 포옹은 위태로워라
포옹이 포옹을 물고 잘 빠지지 않네
수작업으로 구운 도자기 그릇들
허공을 담은 꽃들
둘레와 깊이가 미세하게 다른 것들은 잘 포개지지 않네
어긋난 여백은 깨지기 쉽네

사는 일은 생떼 같아 늘 설거짓거리를 남긴다네
매일매일 새 그릇이 필요하듯
작거나 넓적하거나 둥글거나 길쭉하거나
그렇게 하루가 피었다 스러지네
덜거덕거리던 것들을 물소리에 씻어내네
돋아난 달이 창문에 걸려 잠을 말리는 동안

포개질 수 없는 것들은
따로 씻어
무명수건 위에 가만히 엎어놓아야 하네

우남정 시인의 <그렇게 꽃은 피었다 지네>


설거지 한 그릇이 가지런히 엎드리듯
저녁이 밤을 향해 엎드리는 시간입니다.
모든 일을 다 끝냈으니
이제 걱정 없이 쉬어볼 차례죠.
오늘도 하루가 피었다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