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빛에 스민 마음 한 자락이 갑자기 환해진다
이 세상 소풍 나와 꽃 피울 일이 어찌 너뿐이겠냐고
꽃인 너나 나나, 저마다 꽃 같은 한 시절이 있노라고
자운영 꽃빛깔에 휘감긴 한 생애가 그 앞을 지나간다
순간, 등뼈 어딘가에는 빛나는 시간의
나이테가 황홀히 새겨졌을 것이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자운영 꽃밭을 지나듯 지나온 길을
아련히 되돌아보게 하는
영원하고 싶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사라지는 것들의 쓸쓸함 속에서도
자운영 꽃밭을 지나듯 지나온 한 시절이 있어
화인처럼 찍힌 아름다운 날들이 있어
쓸쓸한 한 생을 오늘도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이정자 시인의 <자운영 꽃밭을 지날 때>
들녘을 자색 구름처럼 물들인다고 해
자운영이라고 불리는 소담한 꽃,
자운영은 대지를 뒤덮으며
땅을 더더욱 기름지게 만든다지요.
고달픔이 구름 되어 삶을 덮고 있다 해도,
그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해도,
자운영 무리가 말해주듯 이 모든 시간은
행복한 내일의 밑거름이 되어줄 겁니다.
훗날 ‘나의 행복’이란 꽃말을 얻게 된 자운영처럼
우리의 모든 시간은 행복을 향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