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3 (화) 다정에 감염되다
저녁스케치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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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에게는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병아리 털처럼 순하고 병아리 눈동자처럼 동그랗습니다
다정은 손을 내밀고 다정을 담은 그릇에는 모서리가 없습니다
다정에는 가시가 많습니다만
너무 많은 가시에서는 가시를 느낄 수 없습니다
언뜻 본 다정은 안경닦이 같습니다
어떤 다정은 너무 커서
다정의 날카로운 발톱이 흙 언덕으로 보입니다
여력이 있다면 한 평의 땅을 사는 것보다는
다정을 구입하는 게 낫습니다.
다정은 소모되지 않고 늘일 수 있으니까요
주의 사항은 있습니다 유통기한은 없습니다만
쉽게 흘릴 수 있습니다
다정을 과자 봉지에 넣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면 놀라울 것입니다
한 봉지의 다정을 담아 건네면서
달의 이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나는 다정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중독은 아니고요
감염된 건 분명합니다
내게는 갓 낳은 달걀 같은 다정이 또 생겼습니다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병의 씨앗입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다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이대흠 시인의 <다정에 감염되다>


다정한 사람 앞에서는
꼭 닫혔던 마음도 무장해제 되지요.
챙김 받은 만큼 챙겨주고 싶고
상대가 내 이름을 예쁘게 불러주는 것처럼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집니다.
다시는 사랑하고 싶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에도
다정이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