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
(그게 주어진 졸림에 대한 예의다)
사실 사십이 지나도록
예의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
망치에 대한 예의
프레스에 대한 예의
그라인더에 대한 돌에 대한 나무에 대한
물에 대한 바위에 대한 흙에 대한
공기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당신에 대한 심지어 내 자신에 대한……
내가 예의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우연처럼 희망적인 것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는 일들이
우연처럼 다가왔을 때
그 기쁨이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 위해
우연히 눌려져 온 시간
시간의 겹
시간의 무게
그 무게를 어느 날 훌훌 벗어버리듯
그렇게 나는 예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예의를 예의답게 하는 것은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
졸릴 때는 졸아야 하는 것이다.
표성배 시인의 <졸릴 때는 졸아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은
게으르거나 나태해졌다기보다는
몹시 피곤했기 때문일 텐데...
우리는 ‘쉬고 싶다’는 몸의 말을
너무도 무시하며 사는지 모릅니다.
이제라도 귀 기울여야겠지요?
신호를 보내면 응답하는 게
몸에 대한 예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