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6 (수) 세 가지 선물
저녁스케치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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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단 세 가지

풀무로 달궈 만든 단순한 호미 하나
두 발에 꼭 맞는 단단한 신발 하나
편안하고 오래된 단아한 의자 하나

나는 그 호미로 내가 먹을 걸 일구리라
그 신발을 신고 발목이 시리도록 길을 걷고
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저녁노을을 보고
때로 멀리서 찾아오는 벗들과 담소하며
더 많은 시간을 침묵하며 미소 지으리라

그리하여 상처 많은 내 인생에
단 한마디를 선물하리니
이만하면 넉넉하다

박노해 시인의 <세 가지 선물>


옷장, 서랍장, 싱크대 안, 냉장고,
온 집안이 물건의 숲을 이룬 걸 보면
‘너무 욕심을 부리며 살았나’ 돌아보게 됩니다.
살면서 정말 필요한 것은 몇 가지 되지 않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