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것은 흘러내리게 그냥 둔다
잠시 노을이라고 생각했다가 눈물이라고 생각했다가
폭포라고 생각했다가 꽃이라고 생각했다가
분주한 것들은 분주한 대로 그냥 둔다
이곳은 마음의 거리이므로,
무엇이면 어떠랴
잠시 글썽이며 중력이 보여주는 마술
꽃이 그랬다, 잠시 허리가 휘었다
닥쳐올 이별이래도
구름이 흘러내리면 비가 된다
비는 지상이 숨겨놓은 모든 싹들을
불온한 손으로 적발한다,
적발해서 위태로운 쪽으로 풀어놓는다
그리움도 이왕이면 강이 되거라
철없이 지느러미를 거슬러 오르는 강
한 때 내 사춘기도 이곳으로 흘러내린 적이 있다
까만 머리 깃 분홍 볼을 타고
어디론가 까닭 없이 뛰어가던 햇빛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다 종종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었다
이곳에는 늘 햇빛이 눈부셨으므로
나는 또 어느새 너를 생각하며 이곳에 와 있다
오래 붙잡혀 있던 마음 하나 놓아주려
가만히 들꽃을 만진다 새를 풀어놓는다
너는 내게 너무 눈부셨으므로,
네가 없는 그곳으로
반짝이며 강이 흘러간 적이 있다
박남희 시인의 <마음의 거리>
눈물이 강을 이루면
그리움도 멀리 떠내려가지 않을까.
울면서 마음의 거리를 띄우는 연습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