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7 (목) 고집 센 책
저녁스케치
2020.08.27
조회 496
나, 라는 책
넘겨보면 백지가 많다
‘경력’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고
생활 반경도 집과 하느님의 집,
동네 시장 정도이니
읽을거리가 서너 쪽뿐이다

그렇더라도
오래 묵은 책, 깊이 간직하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내 마음의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겨 읽는 사람이 있다

극적인 반전도 없는
바람 빠진 내용이지만
굵고 검은 활자로
깊이 박혀 있는 발자국에
밑줄까지 쳐 가며 따라 읽는
나의 사람이 있다

고집 센 책을
옹고집으로 따라 읽는
단 한 사람의 독자가 있다

나영애 시인의 <고집 센 책>


여러 사람에게 많이 읽히는 책도 좋지만
한 사람에게 수없이 읽히는 책도
책으로서의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딱 한 사람만 나를 좋아해준다면
그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