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은 결코 서러운 것만 아니다
젊은 날 사근사근 씹히던 푸른 맛이
한 생애 절정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숱한 강 노 저어 와 겸상 앞에 앉은 저녁
짭조름 천하별미 요게 뭐냐 물었더니
누렇고 퉁퉁한 오이 장아찌라 말한다
된장에 배인 맛이 어쩜 당신 닮아 있다
역시나 삶이란 건 오랜 속 달인 끝에
은근히 우러난 애증 진국이라 하겠다
박영식 시인의 <노각>
늙은 오이는
누런 호박 같은 게
맛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굵게 채 썰어 무쳐놓으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별미 반찬이 되죠.
늙어가면서 맛있는 음식들이 꽤나 많습니다.
노각, 고추장 된장 같은 장류, 젓갈, 김치, 술도 그렇죠.
인생도 나이 들었다고
슬퍼하거나 서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나이든 대로의 맛과 향이 생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