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만한 생을 펼쳐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며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숨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몸을 흔드는
나무들의 손을 잡고
젊어선 바빠 못 오고
이제는 너무 멀리 가서 못 온다니까
아무리 멀어도 자기는 봄만 되면 온다고
원추리꽃이 소년처럼 웃었지요
이상국 시인의 <봄날 옛집에 가다>
말로는 돈 아끼라고,
안 와도 된다고 하시지만
부모님께는 자식이 오는 것만큼
반갑고 따뜻한 일이 있을까요?
이 봄날이 끝나기 전 조심스레 옛집에 가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