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Y여고 담벼락에 가보세요
"혜주야, 사랑해"라고 쓴 분홍색종이가 편지와 함께 지그재그로 수도 없이 붙어 있어요. 어떤 남학생의 치기어린 고백일까요. 혜주가 그걸 보고 웃을까 울까. 아마 울진 몰라도 혜주는 좋겠지요? 만인이 다 보도록 사랑해라고 외쳐주는 그 애가 있어서.... 만인이 다 보도록....
나에게도 그런 추억이 있던가? 돈암동 산번지 나를 못잊어 밤새 휘파람 불던 그 사람, 아 그 사람 잠도 안 자고 문밖에서 밤을 새더니.... "사랑해" "사랑해" "네 생명 다 없어져도 사랑해"라더니....ㅎㅎㅎ 그 사람 가버렸네. 나 아직 살아 있는데 가버렸네. 다리 팔 다 성한데.... 눈도 맑은데.... 안 보이네 그 사람
윤준경 시인의 <혜주야 사랑해>
지금 돌이켜보면 예
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준 사람이 있죠.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던 그 사람도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나처럼 늙어가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