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다리를 걷어붙인 청년 하나가 빨간약을 바르고 있다
스패너를 든 가게 사장이
다 고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하자, 청년 왈
배달이 밀려 큰일이라며 성화를 부린다
나는 오지랖 넓게 가던 길을 멈추고
“배달이 뭔 대수냐? 빨리 병원부터 가시라”고 말하려는데
청년의 휴대폰이 울린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곧 도착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휴대폰에 대고 쩔쩔매는 청년의 정강이로
빨간약 서너 줄이 길게 흘러내리고
수시로 회사를 때려치운다는 내 입이 부끄러워
나오려던 말을 삼키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오토바이 한 대 내 옆을 휙 지나간다
황주경 시인의 <퀵서비스>
코로나로 집콕하느라
오토바이 주문이 늘다보니
배달 사고도 많다고 하더라구요.
“빨리 오세요” 가 아니라
“안전하게 오세요” 말해줄 수는 없는 걸까...
조금 천천히 와도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관용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