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폐달을 신나게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를 사이사이 빠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들며
자르르 하르르.
신현정 시인의 <자전거 도둑>
이맘 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머리칼을 파고드는 바람의 기운이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처럼 느껴지죠.
자전거를 타고 달려고 좋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걸어도 좋은 요즘.
저녁 공기 달콤한 봄밤이 무르익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