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8 (금) 마음생각
저녁스케치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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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큼이냐고 묻는 너의 질문에 갑자기 나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오래전에 내 마음은 무턱대고 하늘을 데리고 왔는데
하늘 다음에는 땅을 생각했는데
너에게 말해주려고 말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떠올리다가
언제부터 마음은 하늘에 담기지 않았는지
그 꽃은 얼마큼 향기로운지 이 꽃은
이만큼 향기로운데
이만큼씩
서로에게 전해주려고
창밖에 비는 얼마큼씩 내리고 있는 건지
가로등 불빛에 비친 빗줄기로 내리는 비를 다시 알아보는 것
말없이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한인준 시인의 <마음생각>


얼마큼 좋아하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같은 뻔한 말 말고
새로운 대답을 해주고 싶어서 말이죠.

바다만큼? 우주만큼?

알고 있는 온갖 큰 것을 떠올려도
마음이 다 담길 만한 그릇은 없어서
그저 아무 말도 못한 채 바라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