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시는 날은 멀리 있는 사람도 가까워진다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밀린 세탁기도 돌리고
모처럼 동네회관에 모여앉아 부침개도 붙이는 시간
처마 끝으로 빗방울이 모여
낮은 음표로 멀리 있는 그리움을 불러 보은다
바다도 소리 해삼 멍게도 모두 잊어버린다
오직, 서울 자식 생각도 잠시 해보는,
원양어선 남편도 잠시 밤하늘 별로 띄워놓고
쑤시는 팔 다리 주무르는 시간
비 오시는 날은
멀리 있는 얼굴까지 그리워진다
푸른 바다를 내려놓고
잠시 나를 내려놓는 아주 넉넉한 시간
임동윤 시인의 <비 오시는 날은>
잔잔하게 오는 비는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마음의 여유는 그리운 사람들을 데려옵니다.
부모님 계시는 시골에도 비가 오는지,
아버지는 비오는 날도 밭에 다녀오셨는지,
혼자 지내는 자식이 밥은 잘 챙겨먹었는지...
차분해진 마음 위로 한 꺼풀의 그리움이 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