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 (토) 어떤 풍경화
저녁스케치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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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풍경은 참 편하다.
작고 낮은 산과 나무들
그 아래 더 작고 더 낮은 집들이 보이고
집보다 더 작은 점 하나의 사람들.
마음마저 깨끗이 지워진 점 하나 되어
그런 풍경 속의 정물이 되어
나는 나를 지우고 싶다.
점 하나로 남은 나.
스스로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나.
풀꽃이나 구름이나 고라니 한 마리처럼
먼 산의 풍경에 담겨져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젖는 것들처럼
스쳐 지나가는 한 세상 그대로 흐르며
오롯이 견딜 수 있다면.
그러다 우연히 어떤 가난한 화가의 눈에 띠어
팔리지 않는 풍경화에라도 남을 수 있다면.

박두규 시인의 <어떤 풍경화>


자동차 전조등,
밤에도 꺼지지 않는 사무실 불빛,
24시간 불 밝히는 가게들,
많은 이들의 치열한 삶이
먼 곳에서는 반짝거리는 한 점으로 보이죠.
거대하게만 보이는 빌딩도, 산도,
결국은 작은 점일 뿐이라는 듯
멀리서 보는 풍경은 참으로 편안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