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남짓 얼갈이배추 씨를 뿌렸다
스무 날이 지나니 한 뼘 크기의 이파리가 몇 장 펄럭였다
바람이 이파리를 흔든 게 아니었다. 애벌레들이
제 맘대로 길을 내고 똥을 싸고 길가에 깃발을 꽂는 통에 설핏 펄럭이는 것처럼 보였던 것
동네 노인들이 혀를 차며 약을 좀 하라 했으나
그래야지요, 하고는 그만두었다
한 평 남짓 애벌레를 키우기로 작심했던 것
또 스무 날이 지나 애벌레가 나비가 되면 나는 한 평 얼갈이배추밭의 주인이자 나비의 주인이 되는 것
그리하여 나비는 머지않아 배추밭 둘레의 허공을 다 차지할 것이고
나비가 날아가는 곳까지가, 나비가 울타리를 치고 돌아오는 그 안쪽까지가
모두 내 소유가 되는 것
안도현 시인의 <재테크>
떡 한 조각 이웃집에 가져다줬더니
맛있는 음식 한 그릇이 돌아오고
과일 한 바구니 갖다 주니
야채 한 바구니가 돌아오고
그렇게 주고받다가
귀한 사람까지 얻게 되는
경험들을 종종 하죠.
진짜 부자가 되는 재테크는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 아닌가 싶습니다.